오산일보

이상기후와 극한폭우 수해(水害)

이서인 기자 | 기사입력 2024/10/11 [10:27]

이상기후와 극한폭우 수해(水害)

이서인 기자 | 입력 : 2024/10/1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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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준 <필자 : 조선일보 정년,시인, 前대한언론인회 부회장>

흔히 가을은 청명한 계절, 천고마비라 하여 황금벌판에선 풍년을 말해주고, 오솔길에는 코스모스가 방실거리면서, 만추와 함께 상념에 젖게 한다. 그런데 중추가절 추석 전후로 영호남, 강원도 일대엔 200년만의 극한폭우로 마을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여름내 애써 가꾼 벼들이 쓰러지고 배추 등 채소밭이 그야말로 초토화 쑥대밭 현상이 일어났다. 추수기를 앞두고 망가진 수해(水害)복구가 걱정이다.

 

시간은 계절의 순리를 따르고, 물은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시간과 물은 인간의 삶과 직결한다. 모두가 시간과 물의 흐름 속에서 삶을 연속하기 때문이다. 시계의 모양은 천태만상이나 하루 24시간은 불변의 공통이며,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막히면 돌아가고, 기울면 빠르게 흐른다. 넓은 곳에 이르면 느릿하고 여유롭게 조용히 흐른다. 개방성과 유연성, 완급의 조화를 부린다. 바로 상선약수(上善若水)다. 단순한 존재, 산소와 수소가 결합된 화학 물질, 무색투명하고, 무취무미하다. 액체인 물이 고체인 얼음, 기체인 수증기로도 변한다. 열량도 영양분은 없지만, 생명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 요소이다. 물의 97.5%는 바닷물이고, 담수는 2.5%, 그 중에서 68.7%는 빙하와 만년설이고,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전체 담수의 0.3% 정도이며, 이는 지구 전체 물의 양에 0.007%에 불과하다. 물은 경제적, 산업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물을 통한 운송은 무역과 경제의 중추를 형성한다.

 

순자(荀子)는 민심을 물로 설명했다. ‘군자주야 서인자수야(君者舟也 庶人者水也),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전복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당 태종 이세민도 ‘수능재주(水能載舟) 역능복주(亦能覆舟)’라 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순례자도 가끔 부질없는 상념에 빠진다고 한다. 그들은 동상에서 힘을 얻는다. 먹을 것, 입을 것 하나 변변치 않았던 시절에 누더기 망토와 가죽 샌들 한 켤레, 나무지팡이에 의지해 고난의 행군을 했던 순례자들이기에 더욱 살갑게 들려온다. 시간과 물처럼 민심은 본래 한 곳에 머물거나 가둬 둘 수 없다. 기상이변으로 그런 현상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세계의 역사를 바꾼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404) 중 아르기누사이 해전(B.C 406)때 일이다. 최강의 해군력을 가진 아테네군은 육군 중심의 스파르타를 거세게 공격했다. 아테네군은 모든 것이 승리로 다가온다고 착각했다. 그런 가운데 날씨마저 사나워 시간이 없었다. 아테네 해군지휘부는 도망치는 스파르타군 추격에 나섰다. 아테네 광장에서는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승전보에 환호하며 장군들에게 포상을 하려던 시민들은 물에 빠진 장병들을 구조하지 않고 적진을 공격했다는 소식에 흥분, 분노에 파묻혔다. 시민들이 장군들을 재판에 회부해 6명을 처형하자, 두 명은 이웃 나라로 망명했다. 시간이 지나 냉정을 찾은 시민들은 사건의 전말을 파악,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유능한 장군들을 잃은 아테네 해군은 해전에서 전멸했고 아테네는 망했다. 호도된 민심이 낳은 결과였다.

 

제2차 세계대전도 그러했다. 영국의 보수당 정치인이자 41대 총리 네빌 체임벌린은 “전쟁만은 없어야 한다”고 외쳐 ‘평화의 사도’로 등장했으나 ‘히틀러의 개’로 전락했다. 화가 난 민심은 흘러가는 강물처럼 그를 버렸다. 민심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죄과는 너무나 처절했다. 우리는 어떤가? 추석 연휴 내내 정치권의 민심조작, 민심유용, 가짜뉴스 괴담은 계속되었다. 민심을 외면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백해무익, 악의 물줄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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