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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연가:오산일보

오산일보

벚꽃 연가

오경희기자 | 기사입력 2024/04/01 [17:50]

벚꽃 연가

오경희기자 | 입력 : 2024/04/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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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영 회장 전)서울신문 사회부장,국장,본부장,논설위원, 명지대외래교수,행정학박사,한국문인협회 회원,현)대한언론인회 회장 한국문학신문 대표

3월의 마지막 날이다. 꽃샘추위로 한동안 몸과 마음이 주춤거렸는데 그 사이 봄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서울 여의도 윤중로의 왕벚나무는 다음 주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할 모양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봄비는 잦았으나 벚꽃의 개화 시기는 한 주일 정도 늦는다는 기상청의 설명이다.

 

벚꽃을 관측하기 시작한 것은 1922년부터라고 한다. 그동안 가장 빠른 벚꽃의 개화는 지난해였다고 한다. 예년보다 무려 17일나 빨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잦은 봄비와 꽃샘추위 때문인지 꽃이 늦게 피는 바람에 진해 등 남쪽 지방의 벚꽃 명소에선 축제를 연기하는 소동을 펴야했다는 소식이다.

 

더구나 올해는 코로나로부터 완전 해방된 상태여서 벚꽃이 아직 만개하지 않았는데도 주말을 맞아 상춘객들이 몰리는 바람에 일부 지역에선 교통이 통제되기도 했다는 소식이다. 서울의 여의도 윤중로에도 예년의 이맘때면 벚꽃 상춘객들로 차량과 사람의 통행이 통제되곤 했으나 올해는 한가한 편이었다.

 

가기가 힘들면 더 가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지 싶다. 벚꽃이 휘날리는 좋은 계절엔 벚꽃 길을 걸으며 향기에 취해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사실은 벚꽃에는 거의 향기가 없다. 아마도 꽃향기보다는 꽃구름과 사람들 사이에서 봄의 분위기에 취해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요즘은 어디서나 주변을 둘러보면 벚나무는 쉽게 만날 수 있다. 무리지어 꽃을 피운 벚꽃 길이 아니어도 몇 그루의 벚나무만 있으면 봄의 분위기에 쉽게 젖는다. 벚나무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다보면 교감을 통해 봄을 나눠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는 구청에서 15년 전부터 만년고개 길 양옆에 가로수로 벚나무를 심어 봄만 되면 15km 정도의 차도가 훌륭한 벚꽃 터널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조금 지나 동작동 현충원에 가면 입구에 가지가 능수버들처럼 늘어진 벚꽃나무가 장관을 이룬다. 사람들은 이 길을 걸어가면서 벚꽃 잔치에 한동안 정신을 잃는 것 같다.

 

그러나 건성건성 지나치는 사람에겐 벚나무는 말을 건네지 않는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눈을 맞추며 말을 건네는 사람에게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을 음미와 향유라고 한다. 벚꽃과 대화를 하다보면 벚꽃은 꽃잎이 몇 장인지, 무슨 색깔인지, 어떤 모양으로 달렸는지 알려준다.

 

또 잎이 나지 않은 채 꽃부터 피웠다는 것도 말해준다. 나무에 세로로 파진 줄도 보여주고, 그 줄에 듬성듬성 나 있는 껍질눈도 보여준다. 꽃이 필 때 통으로 떨어지지 않고 한 장씩 떨어진다는 것도 일러준다. 그리고 나중에는 잎이 난 뒤에 들려줄 이야기도 준비해 놓고 있다. 대개 벚꽃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들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있는 벚나무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 사람들이 우리의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대량으로 심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그러나 일본이 벚나무를 많이 심기는 했어도 그것만 가지고 논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벚나무는 히말라야 네팔 근처가 원산지로 전 세계에 퍼진 수종이다. 일본의 국화(國花)도 아니다. 일본을 상징하는 꽃은 국화(菊花)다. 한반도에는 오래 전부터 벚나무가 자랐다.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의 60%를 바로 이 왕벚나무로 만들었다. 당시 대장경을 만들기 위해 왕벚나무를 바닷물에 오래 담갔다가 사용했다고 한다. 그 왕벚나무가 지금 여의도 윤중로의 왕벚나무다.

 

일본으로 건너간 벚나무는 제주도가 원산지라고 한다. 그래서 벚꽃은 사극(史劇) 속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벚꽃은 바람에도 비에도 쉽게 떨어진다. 그래서 한 장씩 떨어지고 벚꽃 잎을 애절한 사랑으로, 쓸쓸함으로 그려내는 일이 많다. TV드라마 ‘백일동안 낭군님’ ost로 등장하는 ‘벚꽃 연가’가 그렇다.

 

화려한 꽃이 지고나면 잠시 한바탕 봄꿈을 꾼 듯 아름다움과 무상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바람에 지는 벚꽃 잎의 모습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꽃이 지면서 벚나무 잎은 달콤한 꿀이 나오는 꿀샘을 만든다. 개미를 위한 꿀이다. 개미는 그 꿀을 먹는 대신 벚나무에 기생하는 진딧물을 잡아준다. 상부상조하는 셈이다.

 

또 벚나무의 열매인 버찌는 새들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 사람들도 버찌를 좋아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벚나무는 풍성한 벚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나눠주는 것도 좋아하는 넉넉한 나무인 것이다. 배울 점이 많은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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